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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 '송과(고관절의 이완)'의 중요성을 다룬바 있다. 하지만 무릎통증이란 태극권을 수련하는 사람에게 있어 매우 심각하면서도 잘 찾아오는 부작용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무릎을 중심으로 한번 더 다뤄보고자한다.

 무릎통증이 생기는 원인은 결론적으로는 쉽게 말해 무릎에 힘을 주기 때문이다. 무릎에 힘을 주는 원인은 다양하다. 전사를 잘못 이해하여 무릎을 돌려버린다든가, 미려를 너무 심하게 감아서 무릎인대에 힘을 준다던가, 몸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무릎에 무게가 실린다던가, 몸의 요결을 갖추지 않고 무작정 자세를 낮춰 무릎에 힘이 들어간다던가, 진도를 빨리 나가고 싶어 태극권을 조바심을 가지고 빨리 한다던가 심지어는 수련전에 몸을 충분히 풀어주지 않아 인대가 뻣뻣하다던가... 여하튼 태극권을 열심히 수련하는 사람들은 대게 위의 경우를 겪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위의 모든 것은 잘못된 것이다. 위의 모든 행위들은 무릎에 힘을 준다. 무릎이 아픈 이유는 관절이 비틀린다던가, 무릎인대에 힘이 들어가는 두가지 이유밖에 없다. 왜냐하면 무릎이라는 기관 자체가 관절, 연골, 인대로만 이루어져있기 때문이다. 관절이 비틀려 연골이 달아버린다든지, 인대에 무리한 힘이 들어가서 무리를 할 경우 무릎이 아픈 것이다. 무릎에는 근육이 없다. 한마디로 무릎은 힘을 쓰는 기관이 아니며 무릎에 힘이 들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동작인 것이다.

 그렇다면 무릎에 힘이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해야 하는가?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고관절을 이완하는 것이다. 고관절이 충분히 이완하면 자세를 낮추거나 높히거나, 전사를 하며 척추를 회전하더라도 그 모든 동작이 고관절의 운동 범위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무릎에 힘이 전달되거나 돌아가는 일이 없다. 무릎 이하의 하체는 단단한 나무의 뿌리처럼 박혀있을 뿐이다. 수련전에는 필히 고관절을 충분히 풀어주는 체조와 스트레칭을 해주어야한다.

 또한 상체의 이완된 힘은 무릎이 아닌 허벅지에 실려야한다. 윗허벅지와 단전에 힘을 집중시키기 위해 '미려중정'을 하는 것이다. 꼬리뼈를 늘쿠거나 살짝 감으면 힘의 중심이 윗허벅지와 단전에 실린다. 하지만 이 경우 매우 조심해야 하는 것이 있다. 꼬리뼈를 너무 심각하게 말아버리면 오히려 고관절과 무릎인대가 경직된다. 꼬리뼈를 감을 때는 나의 고관절과 무릎인대가 충분히 부드럽게 이완되어 있는지 동시에 살펴야한다.

 무릎에 힘이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또한 가장 중요하며 기초적인 것이 몸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면 안된다는 것이다. 보통 무릎이 발가락끝을 넘어서면 안된다는 말이 이것이다. 더 정확하게는 발바닥에 무게가 실리는 비율을 잘 살펴야하는데 태극권에서는 발바닥 전체에 무게가 고르게 실리고, 발가락은 움켜쥔듯 하여 용천이 텅 빈 느낌이 들어야한다고 이야기한다.  무게중심을 너무 뒤로 빼면 몸이 뒤로 넘어가고 너무 앞으로 실어면 무릎에 힘이 들어간다. 그 묘한 중심을 맞추는 것은 결국 개개인이 수련을 하며 몸을 섬세하게 관찰하여 그 중심을 잡는 것 뿐이다.

 무릎에 힘이 안들어가는 네번째 요령은 전사경에 대한 올바른 이해이다. 전사경은 힘을 집약시키는 것이다. 절대 몸을 출렁출렁 돌리는 것이 아니다. 송이 몸의 힘을 해방하는 요령이라면, 전사는 몸을 수축하고 통합하는 요령이다. 몸을 수축하고 통합하는데 몸이 출렁거릴 이유가 없다. 특히 무협영화에서 태극권을 묘사할 때 몸이 출렁출렁 회전을 하는데 이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전사경이 무르익을수록 몸은 오히려 매우 단순해보인다. 실제로 노사님들의 태극권시연모습을 보면 거의 외적으로는 전사경이 느껴지지 않는데 이는 그분들께서 연세가 있어 몸이 둔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효과적으로 전사가 작아진 것이다.  진정한 전사경은 전사경 같아 보이지 않는다.

 무릎통증을 예방하는 다섯번째 요령은 이완에 대한 바른 이해이다. 흔히 무극장을 할 때 몸을 이완하라하면 힘을  빼며 하체를 우그러뜨린다. 몸이 이완하면 침(가라앉는 힘)력이 강해진다. 그래서 몸이 묵직해져 단단히 뿌리박힌 나무 같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말하면 힘을 빼어 몸이 우그러지는 것이 아니라 사방팔방으로 몸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래야 침력과 동시에 몸이 영활해져서 가라앉음과 동시에 날렵한 동작이 가능해진다. 여하튼 몸을 우그러뜨리면 무릎과 관절에 무리만 줄 뿐이다.

 다시 결론을 말하자면 무릎통증이 일아나는 이유는 무릎에 힘을 주기 때문이다. 어떤 동작을 하더라도 무릎에 힘이 들어가면 안되기에 투로를 할 때는 필히 무릎을 살펴 힘이 들어가는지 섬세하게 관찰해야한다.


 태극권 수련을 하는 사람들 중에 매우 큰 망상 중 하나가 바로 발경이다. 무협만화를 보면 기를 모아 한번에 발력하면서 초필살기를 쓰는 캐릭터들이 더러 나온다. 하지만 이 멋진 광경은 만화속에서나 유효한 것이다. 실제 격투에서는 일단 기를 모으다가 흠씬 두드려 맞을 것이고, 운 좋게 상대방이 기를 모을 동안 때리지 않고 기다려주더라도?! 애써 힘을 모아 초필살기를 날렸는데 안맞으면 그만인 것이다.
  즉 발경이란 '힘의 크기'를 키운다는 개념이라기 보다는 '힘을 컨트롤' 하여 영활하고 재빠르게 힘을 활용하는 개념에 가까운 것이다.

 사실상 몸무게가 60kg에 육박하는 포유류인 인간은 누구할것 없이 힘이 세다.특별히 근골의 힘을 키우지 않더라도 60kg이 넘는 성체가 그 무게만 잘 실어 정타를 날려도 그 힘은 상대를 파괴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물론 만화처럼 나무나 건물을 파괴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세가지이다.

첫째, 무게를 온전히 실어 칠 수 있는가.
둘째, 무게를 온전히 실었다해도 상대에게 유효타를 날릴 수 있는가.
셋째, 내 몸의 타격부위가 그 힘을 버틸 것인가.


 오히려 힘의 크기를 키우는 것보다 이 세가지가 더 어려운 일이다. 첫번째의 경우 예를 들어 근육이 정말 많은 헬스트레이너가 있다고치자. 하지만 그 헬스트레이너에게 샌드백을 쳐보라하면 그 사람의 비주얼에 비해 의외로 힘이 잘 안 날 것이다. 그 이유인즉, 몸이 충분히 이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근육을 키우는 일은 이완도 중요하지만 수축에 무게를 실어 훈련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수축에만 신경 쓸 경우 힘을 내보내기 힘들어진다. 내가 가진 힘을 내보내는 일은 굉장히 섬세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데, 일단 힘을 내는 순간에는 온 뭄이 수축한다. 그리고 거의 그와 동시에 몸을 최대한 이완해야 한다. 또한 타격이 되는 순간에는 몸이 수축이라긴 애매하지만 경질화 혹은 완충되며 내 몸을 보호해야한다.
 흔히 기술을 다루는 장인들이 '다 요령이여' '힘빼고 쳐야해' 라 말하는 것이 바로 위의 섬세한 과정인 것이다. 힘빼고 치라고 해서 진짜 힘빼고 치면 아무 힘이 안난다. 그렇다고 힘을 꽉 주면 그 또한 힘이 안난다. 즉, 힘을 줌과 동시에 힘이 빠지고 타격의 순간에는 타격하는 물체에 힘이 침투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발경이다. 발경은 근육의 이완과 수축, 맺고 끊음을 매우 섬세하게 컨트롤 하는 것이다.

 두번째의 경우 아까 처음에서 설명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투로를 통해 발경을 완성시켰다치자. 투로만 보면 정말 절세고수가 따로 없다. 하지만 요즘 흔히 보듯 '격투기 선수VS중국무술 고수'의 경기에서 중국무술 고수가 맥없이 패배하는 영상이 바로 중국무술 고수의 경우 이 두번째가 훈련되지 않아서 그렇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샌드백을 활용하든 전통적인 투로를 활용하든 근골의 힘을 키우게 되면 힘은 커지게 되어있다. 하지만 이렇게 키운 힘을 비정형성을 가진 날렵하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방어하며 심지어는 매몰차게 공격을 해오는 상대방에 유효타를 날리는 것은 굉장히 많은 훈련과 전략이 필요하다. 즉 힘을 키우는 것보다 몸을 영활하게 가지면서 치고 빠지며 적절한 '타이밍'에 유효타를 날리는 훈련이 매우 중요하며, 이것이 이뤄지기 위해서 역시 몸의 이완이 중요한 것이다. 몸이 충분히 이완되어 있어야 다변적 상황에 대처하는 영활하고 날렵한 움직임이 가능하다.

 세번째의 경우 앞의 두가지를 성공시켰다 하더라도 상대를 때렸는데 내 주먹이나 발꿈치가 부서져 버리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격투를 목적으로 수련을 한다면 어느정도 내 몸의 타격부위를 경질화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물론 전문적인 격투기 선수의 경우 근골의 단단함, 힘의 크기, 섬세한 컨트롤 모두 다 치열하게 키워야한다. 왜냐하면 격투기로 치열한 경쟁을 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야 상대를 이길까 말까이다.
 하지만 내 몸의 건신을 돕고 호신하기 위한 수준의 무술수련이라면 힘의 크기를 키우는 것에 너무 치중하기 보다는 힘을 섬세하게 컨트롤 하는 것을 매우 중요시해야한다. 발경은 힘의 크기를 키우기 위한 것이라는 만화적인 상상력에서는 벗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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