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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야금 공연을 위해 한복을 맞추기로 하였다. 하지만 아직은 가야금도 한복도 초보라서 한복을 맞추는데도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가야금 공연자들은 어떤 한복을 입는지, 그런 한복은 어디에서 맞춰야하는지 등등ㅠㅠ....

 춘천에는 중앙시장을 비롯하여 한복점들이 곳곳에 있어 어떤 곳에서 맞춰야 잘 맞췄다는 소문이 날까... 더욱 결정장애가 생기기 시작할 무렵.

 춘천 시중심부가 아니라 만천리, 거두리 인근 시외곽에 고즈넋하게 자리잡은 한복점이 있어 궁금증이 일어났다. 한복이란 것이 보통 대여만해도 30~40만원에 직접 맞추려면 50만원은 훌쩍 넘기에 시내보다 조금 먼 거리는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그저 한복을 예쁘게 잘 만들어주실 분을 찾는 것이 우선순위였다.

 웬지 시외곽으로 나들이 나가는 기분이 들어 좋고, 또 각종 시상경력과 자격증을 보유하신 연구소장님을 뵙는다는 것도 기대되었다.


 한복점 외부부터 범상치 않았다. 굉장히 세련된 외관에 잘 차려진 전원적인 카페느낌이었다. 보통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루한 인테리어의 한복점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 들었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색동저고리, 세련된 외관을 지니면서도 연구소장님의 경력이 말해주듯 또한 전통이 매우 잘 보존된 딱 내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내부인테리어는 더욱 마음에 들었다. 마치 드라마 속에 나오는 옷 디자인 하는 곳 같은 느낌이었다. 아! 이런 곳에서 나의 옷을 맞출 수 있다니...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 해질 정도였다.


 세련됨과 전통이 공존하는 공간일 수 있는 것은 알고보니 연구소장님과 따님 두 모녀가 함께 운영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춘천에서 경력 30년의 소장님, 한참동안 시내에서 운영하시다 시외곽으로 장소를 옮기셨다는데 내가 볼 때는 탁월한 선택이신 것 같다. 한복점은 접근성보다 이런 감수성과 멋과 퀄리티를 자극하는 것이 앞으로는 중요해질 것 같다.

 난 사실 요즘 지출이 많아 경제적으로 그렇게 넉넉하지 않아 너무 세련된 외관과 소장님의 경력에 주늑들어 있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국악인을 사랑하시는 소장님께서 정말 잘 해주셨다. 보통 남성 가야금 연주자가 입는 도포는 워낙 독특하여 맞추려면 가격이 많이 나가지만 소장님의 국악에 대한 애정으로 나로서는 소장님 같은 분의 한복을 하사받는 기분으로 양질의 한복을 맞출 수 있었다.

 무엇보다 마음씨 좋은 소장님과 좋은 대화도 나눌 수 있어 기분이 참 좋았다.



 기분 좋게 한복을 맞추고 나오면서도 외관의 정원을 한동안 둘러보았다. 정원에 깨진 항아리 위로 심어놓은 각종 꽃들, 주변의 숲들... 마치 드라마나 만화 속에 나오는 꽁꽁 숨겨진 예쁜 환상의 공간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한복이란 것이 혼수복을 맞추든, 행사복을 맞추든, 혹은 일상에서 입을 옷을 맞추든 절대 가끔씩 입는 것이니 대충 맞춘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되는 것 같다. 왜냐하면 나의 문화적 수준을 표현하는 복장이기 때문에 어설픈 옷을 맞췄다가는 안목있는 사람들에게  망신 당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장님 같이 경력과 안목이 인증된 분께 맞춰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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