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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이십대에서 삼십대 중반까지의 시간을 진보단체에서 보내며 많은 진보운동가와 예술인들을 만나보았다. 하지만 내가 처음 기대하였던대로 새 시대의 희망을 꿈꾸는 맑은 눈을 가진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때로는 정말 진보운동권에 대한 환멸이 느껴질 정도의 사람들도 적잖케 만났었다.

 내가 환멸을 느꼈던 부류의 사람들은 결국 입으로는 정당하고 진보적인 가치들을 떠들어대지만 정작 그 사람의 행동이나 인간 됨됨이는 정반대인 부류들이었다. 그들이 왜 진보주의자가 되었느냐하면, 이들의 특징은 대체로 자존감이 매우 떨어지고 열등감과 유년시절의 상처가 많다. 또한 욕심이 매우 많고 이기적이기 때문에 자신이 '1등' 이 아니라는 사실에 상당한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자신의 주장이 꼭 세상의 정답이 되어야하고, 자신이 남들보다 위에 군림해야 된다는 영웅심리도 있는 것 같다. 기실 이런부류의 사람들이 열렬한 진보주의자가 되어 현 시대의 '1등' 들을 비판하고 끌어내리려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의 인간 됨됨이는 꼴통 부폐보수주의자와 기묘하게 닮아있다.

 결국 아름다운 가치와 이상을 내세우지만 이것이 자본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된다. 자신의 청춘을 바쳤던 일들이 아무런 자본과 이익이 없고, 궁핍한 중년의 모습으로 귀결됨과 동시에 진보주의자들의 타락은 시작된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아름다운 가치와 이상'을 판매상품으로 내세워 온갓 정부사업과 사회적 동정이라는 '자본'을 벌어들이는데 혈안이 된다. 또한 이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여 결국 권력을 얻는 도구로 활용하려한다. 결국 부폐한 보수주의자, 새 시대는 커녕 현 시대의 충실한 자본주의자가 된다. 입으로 바른말이라도 안하면 덜 얄미울텐데, 입으로는 온갓 아름다운 가치들을 말하니 그들의 가식이 더욱 역겨워보이기까지 하는 것이다.

 진보운동가이든, 예술인이든, 종교인이든 결국 '참사람'이 되어야한다. 오히려 이런 우아한 꼬리표도 없이 손에 굳은살 잔뜩 박혀있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소시민들이 더 사람됨됨이가 참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자신이 체계바라, 예수라도 되는듯 으시댈 동안 묵묵히 손에 박힌 굳은실 다독여가며 맑은 눈으로 삶을 살아가는 참사람들로 세상은 지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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