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까무잡잡한 피부의 김건모 아저씨가 '레게 그런 핑계 대지마' 하며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으로 레게음악이 알려졌던 것 같다. 그리고 마이너한 분야에서는 '닥터레게' 같은 분들이 레게를 지켜왔었다. 하지만 김건모 아저씨의 영향력이 워낙 지대하여 레게음악이란 단지 '쿵짝~쿵짝' 신나고 경쾌한 남부지역의 음악 정도라는 인식이 강하였다.
하지만 인디음악의 세계에 빠져들어 Bob Marley(밥 말리) 라는 레게영웅을 알게 되고... 나의 레게음악에 대한 인식은 확 바뀌게 되었다. 레게음악은 단순히 남부지방의 화창한 날씨와 긍정적 정서를 찬양하는 노래가 아니라, 억압받는 자들을 위한 강력한 무기였다. 억압받는 자들의 울부짖음이었고, 눈물을 닦아주었고, 혁명의 노래였던 것이다.
그런 레게음악을 알게 된 뒤 우리나라 사람들이 레게음악에 가지고 있는 편견에 대해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레게머리를 하고 레게뮤지션이 될 용기는 없었다. 그러던 중 우리나라에서도 꽤나 멋지게 레게냄새를 풍기는 뮤지션분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쿤타, 스컬, 테히언 등등 본토 레게 못지 않은 멋을 풍기는 뮤지션들이 레게 불모지에서 싹을 틔워주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레게음악을 해온다는 것은 정말 힘들었으리라. 이 분들을 만나뵙지 못했어도 백번 느낌이 온다. 얼마나 많은 순간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었을까... 그래도 그 시간들을 견뎌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레게음악에 대한 바른 이해가 줄기를 형성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군대에 있을때 스토니스컹크가 'No Woman No Cry'를 우리말로 편곡한 것을 들었다. 나는 무지 반가웠었는데... 옆에서 보고 있던 레게 무지렁이들은 '저 녀석 뭐야?' 하는 이질감에 대한 조롱섞인 시선들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레게음악에 대한 처우가 우리나라에 랩이나 힙합 등 흑인음악이 점차 붐을 일으키더니 이와 더불어 동반성장하게 된 것이다. 오랫동안 자메이카 본토에서도 먹힐만한 실력을 갖춘 스컬이나 쿤타 같은 뮤지션들의 멋을 이때부터 대중들도 본격적으로 알게된 것 같다.
그러다 최근에는 '레게 강 같은 평화'라는 스컬과 하하의 프로젝트팀이 드디어 밥말리의 아드님 중 한 분인 스테판 말리와 함께 노래를 만들다니!!! 스테판 말리의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그 멋 터지는 목소리에 정말 멘탈이 날아갈 뻔했다. 게다가 이 곡이 자메이카 본토에서도 엄청 인기를 끌었다니...(물론 다큐 '로드 투 자메이카'에서 그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자메이카의 전설적 뮤지션들과 앨범을 만드는 모습에 엄청 감동하면서 보았다.)
우리나라의 레게음악을 지켜온 뮤지션분들께 다시금 감사인사 올립니다~ 꾸벅(공손)
'문화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춘천 레고랜드는 폭탄돌리기중?! (0) | 2019.04.28 |
---|---|
독백 / 산울림(cover 동치미) 감성 돋는 좋은 음악추천 (0) | 2019.04.28 |
책리뷰_ [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지음 (0) | 2019.04.27 |
유튜브 커버곡 저작권 문제에 대해 알아보자. (0) | 2019.04.27 |
태어나 처음으로 기타 하나로 만든 자작곡을 만들어보았다. (0) | 2019.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