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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중순이 되니 춘천에 산마늘에서 꽃이 피었다.

살구, 자두, 복숭아 따위의 꽃나무들은 열매를 맺기 시작하고,

냉이며 꽃다지는 벌써 씨를 맺어 시들어간다.

 

한동안 가물어 죽은 것 같이 있다가 이 즈음부터 봄농사 작물들은 활기를 띠며 살아난다.

봄비가 내리니 딸기, 복분자에서 꽃이 활짝 피어났다.

물론 온갓 잡초들도 무성하게 자라났다. 봄비가 내리면 정말 하루아침에 부쩍 모든 생명들이 자라난다.

 

 

 

 응달진데를 좋아하는 곰취는 한동한 가물어 거의 죽을 뻔했다.

그런데 봄비가 내리자 다 말라비틀어진 줄기 사이로 자그마한 잎들이 보인다.

뿌리는 살아서 때를 기다린 것이다.

 

 

 

호박잎은 엄청나게 커졌다. 이제 비가 오기 시작하면 줄기가 엄청 자라날 것이다.

지주대를 하루 빨리 설치해야겠다.

 

 

토마토며 고추도 부지런히 크고 있다.

가물은 때를 넘겼으니 올 해도 토마토는 풍년을 기대해본다.

 

 

아욱, 치커리, 상추는 해를 가리지 않고 잘 자라난다.

아욱으로 된장국 끓여먹으면 그 맛이 정말 일품이다.

 

 

파와 적겨자도 봄비가 내리자 하루아침에 부쩍 커버렸다.

적겨자는 첫 농사 수확작물로 잎을 몇개 따다가 생쌈을 먹었다.

정말 잎에서 겨자향이 나며 아삭아삭 맛있는 쌈거리 채소이다.

 

 

 

 

 

 

 위 사진에 넝쿨식물 줄기에 다닥다닥 달라붙어 있는 녀석들은 '조팝나무진딧물'이다. 이 진딧물들은 5월 엄청난 번식력을 자랑하며, 우르르 나무줄기에 달라붙어 뭍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지만(무심결에 봤다 정말 트라우마 생길 정도의 징그러움에 충격을 받는다.) 사실상 생태계에서는 최하위 계층의 곤충이다.

 

 진딧물은 거의 방어능력이 없기 때문에 천적 투성이이다. 거의 모든 곤충들의 먹이신세이지만 특히 무당벌레가 이 진딧물을 잘 먹는다. 하지만 진딧물들도 그냥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이들은 보디가드를 고용하기 때문이다!

 

 

 

 

...(아..사진 징그러...) 이 진딧물들의 보디가드는 바로 개미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댓가로 개미들을 보디가드로 고용한 것일까? 바로 배설물이다. 진딧물은 나무진액을 빨아먹으며 당분이 함유된 배설물을 방출한다. 그런데 이 당분이 많은 배설물이 개미들에게는 매력적인 식사가 된다. 그리하여 개미들은 진딧물을 지켜주는 댓가로 이 달콤한 배설물을 얻어가는 것이다.

 

 사실상 개미들의 입장에서 보면 진딧물 농사를 짓는 것이다. 개미는 농사꾼인 것이다. 사실 사람입장에서 소와 돼지를 사육한다고 생각하지만, 소나 돼지입장에서는 사람이 자신들을 온갓 야생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주는 것이다. 그 대가로 목숨과 고기를 주지만... 그래도 야생상태 때보다 엄청난 개체수로 번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소나 돼지입장에서는 사람과 일종의 공생관계의 협약을 맺은 것이다. 즉 사람이 자신의 소유물들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은 어리석은 환상일 수 있다. 사람은 그저 음식을 얻기 위해 엄청난 노동력과 에너지를 동원하여 가축과 농산물들의 번식과 보호를 도와주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진화론을 이야기하면 '자연선택'과 '적자생존' 만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진화의 과정은 생각보다 엄청 복잡하게 이뤄진다. 이 단순한 법칙만이 자연과 생명의 법칙이 아니다. 기실 공생관계에 의해 진화가 이뤄지는 경우가 매우 많다. 어떤 생물들은 아예 공생관계를 염두해두고 생김새나 형질이 결정되기도 한다. 또한 개미나 진딧물처럼 자신들의 행동양식이 공생관계에 의해 결정지어지며 이로 인해 자신들의 개체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의 <생명이란 무엇인가> 라는 책에 '홀라키(Holarchy)라는 용어를 소개한다. 큰 개체 안의 작은 개체들의 공존을 이야기하는 이 단어는 바로 작은 개체들의 공존과 공생이 큰 개체의 균형을 이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자연이란 보다 복잡하고 위대한 방식으로 진화해나간다.


  식재한지 2~5년 된 과실수들에서 드디어 열매가 맺기 시작한다. 첫해에는 자리잡느라고 몸살이 나서 열매를 잘 못맺더니 올해는 꽃다 잘 피우고 더불어 열매도 잘 맺힌다.

 한동안 날이 가물어 땅이 거의 사막 같았는데, 그래도 고맙게 잘 살아주고 열매를 맺기까지 하였다. 고마운 마음에 물을 살짝 줘봤더니 하루아침에 과실수가 부쩍 커진 것 같다.


 신기하게 사과나무도 열매가 맺기 시작하였다. 이 나무는 한 5년된 나무를 들여온 것인데 작년에는 몸살을 앓느라고 꽃도 잘 못피웠었다. 그런데 올해는 꽃이 무성하더니 이렇게 열매가 맺힌다.



 

  작년에 1년생 살구를 데려왔으니 올해 2살 된 살구나무이다. 살구가 꽤나 쏠쏠한 것 같다. 자두는 잘 열리지만 과육이 부드러워서 그런지 송충이가 많이 낀다. 그런데 살구는 벌레도 잘 없다.
 




 알알이 맺힌 살구를 보니 신기하다.


 마트에서만 팔던 자두가 열리는 것을 올해 처음 봤다. 정말 신기하다. 아직 파란색이 많고.. 무슨 아이들 장남감 같이 굉장히 인조적이 느낌도 든다.





 그런데 문제는 송충이이다. 자두는 유독 송충이가 많이 끼는 것 같다. 그 옆에 있는 매실은 진딧물과 개미로 엄청 몸살을 앓고 있는데 자두는 송충이가 열매를 다 먹어버린다. 심지어 얄밉게도 입덴 과실을 다 먹어버리는 것도 아니고.... 한두입만 먹고 다른 열매로 갈아탄다. 아주 얄미워죽겠다.


 무농약으로 과실수를 재배하시는 농부분들은 정말 농사의 신이 아닌가 싶다. 벌레가 한두입 파먹은 과실들을 내가 먹을 수는 있겠지마는 이걸 상품으로 판매할 수는 없으리라....


 모든 생명이 푸릇푸릇하게 생명력을 뽐낼 5월 중순, 유독 시들시들하게 죽어가는 듯한 식물들이 있다. 이들은 바로 냉이와 꽃다지이다.

 빨리 씨들어보이는 이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사실 이것은 이들의 전략이다. 냉이와 꽃다지는 겨울을 나고 어떤 들판의 풀들보다 일찍 꽃을 피운다. 냉이는 심지어 겨울 동안 다 죽어가는 듯한 모습으로 겨울을 버티고 살아있다.

 그 이유는 바로 다른 식물들보다 빨리 씨앗을 퍼트려 번식확률을 높히기 위해서이다. 꽃나무 중에서도 생강나무와 산수유 같이 일찍 꽃을 피우는 나무들이 이와 같은 전략을 채택하는 것이다. 남들보다 일찍 생을 시작하여 조금 빨리 한 계절을 마무리 짓는다. 마치 이들의 생존전략을 보면 생명의 목적은 오로지 번식확률을 높히는데에만 있는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다 씨들어가는 꽃다지를 한번 손으로 훓으니 엄청난 양의 씨앗이 나온다. 이 중에서 또 새로운 생명을 틔우는 것들은 정말 극소수일 것이다. 자연은 이처럼 엄청난 경쟁의 현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모든 살아난 생명들은 모두 기적인 것이다.

 냉이도 엄청난 양의 씨앗이 있다. 이렇게 많은 씨앗 중 실제 생명을 틔우는 녀석들은 역시 극소수일 것이다. 우연과 필연, 그리고 자연선택과 적자생존이라는 자연법칙의 이론은 이런 경이로운 번식의 현장을 보면 공감이 간다. 이 많은 씨앗 중 또 엄청난 양의 비율로 변이가 있을 것이며, 생명은 이렇게 진화해나갈 것이다.  생명이 가진 역동성이란 대단한 것이다.

 

 독특한 향과 맛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곰취는 정말 닮은 독초들이 많다. 독초는 아니지만 머위 또한 잘 헷갈리는 산야초이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 깊게 보면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곰취는 일단 위 사진에서 보듯 둥그런 잎에 톱니바퀴처럼 전체적으로 끝이 우둘투둘하다. 하지만 머위의 경우 줄기와 이어지는 끝 부분이 다르다.

 

 

 

 머위는 줄기와 이어지는 끝 부분이 V형태로 매끈하다. 뭔가 로보트 같이 생겼다. 머위 또한 식용으로 많이 쓰이는 산야초이다. 하지만 곰취에 비해 맛이 매우 쓰기 때문에 데쳐서 나물이나 장아찌로 먹는다.

 

 곰취는 응달진 곳에서 잘 자라며 요즘에는 재배도 많이 한다. 머위는 주로 응달지며 연못처럼 습지에서 잘 자라는 편이다.

 

 

 

산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산야초 중 하나인 취나물이다. 특유의 향이 좋아 생으로 뜯어 쌈을 싸먹거나 데쳐서 나물을 해먹기도하고, 수리취로는 떡을 만들어 먹기도 하는 우리에게 친숙하고 고마운 산야초이다. 등산을 할 때 밥에 쌈장, 그리고 참치통조림만 가져가 취를 조금 뜯어다 쌈을 싸먹으면 산에서는 이 만한 진수성찬이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이 고마운 취나물은 생각보다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인즉 취나물 같이 생긴 풀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타원형의 진녹색이 나며 주변에 톱니가 있는 이런 생김의 산야초가 너무 많다. 즉, 취나물은 너무 개성이 없게 생겼다.

 

 

 

 위 사진의 어린 취를 보라. 그리고 아래 사진의 풀을 보라.

 

 

 

 

 정말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른 풀이다. 취랑 닮은 이 풀은 독성까지 있기 때문에 잘못 먹으면 여간 고생이 아니다. 특히 어린 상태에서는 구분이 안 가지만 그나마 조금 커서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

 

 

 

 이 풀도 잎만 봐서는 도무지 취나물과 구분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취나물과의 결정적인 차이는 취나물은 첫 번째 사진에서 보듯 조금 커서는 하나의 굵은 줄기에서 잎이 갈라져 나온다. 하지만 위의 취나물과 닮은 풀들은 땅에서 바로 잎들이 갈라져 독립적으로 나와 보인다. 일단 줄기의 생김에서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취나물은 의외로 구분이 쉽지 않은 풀이니 주의 하여야 한다. 또한 취나물은 수리취, 취, 곰취 등 다양한 종류가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음에도 쉬 구분이 가지 않는 어려운 산야초이다. 물론 제대로 된 취나물을 채취하여 한 번 먹어보면 그 특유의 향과 맛 때문에 다음부터는 헷갈릴 이유 없이 그 미묘한 차이를 금새 알아챈다.

 

 우리나라 산야초 중 가장 귀한 취급을 받는 산삼이다. 위 사진의 산삼은 2구삼이다. 산삼은 일단 5개의 잎이 단풍잎처럼 펼쳐져서 자라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오가피도, 가시넝쿨도 5개의 잎이 단풍잎처럼 갈라져나와 잎만 보고 산삼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산삼인지 구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하나의 줄기에서 여러개의 잔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갈라져 나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2개면 2구, 3개면 3구, 4개면 4구, 5개면 5구(오구오구...) 산삼을 캐서 뇌두를 보기 전에 이렇게 대략적으로 나이를 알 수도 있다. 잔줄기가 많을 수록 나이를 많은 것으로 간주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산삼인지 구분할 수 있는 또다른 방법은 가운데로 영롱하게 피어나는 꽃과 빨간 열매이다. 위의 삼은 아직 봄이기에 꽃이 피지 않았지만 여름에는 꽃과 열매가 맺힌다. 

 

 

 

 

 산삼과 닮은 산야초 중에 가장 위험한 것은 바로 '천남성'이다. 약초를 잘 보는 사람이야 잘못 볼 일이 없을 정도로 자세히 보면 생김새가 다르다. 하지만 묘하게도 멀찍이서 보면 산삼과 천남성이 비슷한 구석이 있다. 위 사진에는 없지만 빨간색 영롱한 열매의 생김까지 산삼과 천남성이 비슷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천남성은 맹독성을 가진 독초이다. 여담으로 장희빈의 사약을 만들때도 함유되었다고 전해지는 유명한 독초이다. 소량을 잘 활용하면 약초로도 쓰인다고 하나 약초고수가 아니고서야 엄두도 내면 안 될 일이다. 

 

 또한 천남성은 성전환을 하는 풀로도 유명하다. 보통 식물은 암수가 딴몸인 것이 있고, 한 몸에 암수가 함께인 것이 있다. 그런데 천남성은 암수딴몸인데 어느 시점에서 성전환을 하는가보다.

 

 

 위 사진의 어린 천남성은 언듯보면 진짜 산삼과 비슷하다. 하지만 자세히보면 산삼과 전혀 딴판이다.

 

 

 

 산삼과 가장 햇갈리는 산야초가 바로 위 사진의 '오가피' 이다. 잎이 다섯개로 갈라져나와 이름도 오가피이다. 하지만 산삼이 다년생 풀이라면, 오가피는 '나무'이다. 오가피와 산삼의 가장 큰 차이는 오가피는 나무답게 줄기가 목질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느 나무들 처럼 줄기에서 잔가지가 두서없이 뻗어나온다. 한개의 줄기에서 우산살처럼 동시에 줄기가 퍼져나오는 산삼과는 전혀 딴판이다. 하지만 잎의 생김새만은 산삼과 구분이 거의 가지 않는다.

 

 오가피 역시 술이나 장아찌로 담가먹는 쓰임이 좋은 산야초이다.

 

 

 산마늘은 명이나물로도 불리며 특히 고기요리와 잘 어울리는 산야초이다. 특유의 마늘향기가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밭작물로도 많이 재배한다. 또한 산마늘은 블라디보스토크 보다 훨씬 위쪽 지방인 캄차카 일대에서도 잘 자라며 그 곳에서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음식이다.

 

 

 하지만 산마늘과 비슷한 형태의 독초들이 있어 채취시 매우 주의하여야 한다. 비비추/박새/은방울꽃 등 특히 산마늘과 잎의 형태가 비슷한 산야초가 많다.

 산마늘은 하나의 줄기에서 두개의 잎이 갈라져 나오고 5월에 파꽃과 닮은 형태의 꽃이 피어난다. 또한 잎은 세로줄이 그어져 있으며 살짝 뜯어 향을 맡으면 알싸한 마늘향이 난다. 이 향으로 산마늘인지 구분할 수도 있다.

 

 위 사진에 보이는 것은 산마늘과 닮은 '은방울꽃' 이다. 사실상 외형상 산마늘과 거의 차이가 없어 정말 조심해야 한다. 은방울꽃은 산마늘보다 줄기가 가늘과 잎이 더 단단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것들로 구분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은방울꽃은 꽃이 매우 예뻐서 관상용으로 많이 재배한다. 일단 산마늘과 확연한 차이는 꽃의 생김새이며, 잎을 살짝 뜯어 향을 맡으면 거의 아무 향이 없다. 은방울꽃은 소량만 먹어도 심부전증 등 치명적인 중독증세가 있으므로 정말 주의해야하며, 산야초는 구분을 확실히 지을 수 없다면 절대 야생에서 채취해서는 안 된다.(애초에 내 소유의 사유지가 아닌 곳에서 채취하지 않길 바란다.)

 

 

 여담으로 둥글레는 잎의 형태가 산마늘이나 은방울꽃과 비슷하다. 하지만 둥글레는 잎이 지그재그로 여러개가 나므로 구분하기가 슆고 아래쪽에 옥구슬 같은 꽃이 주렁주렁 열리는 것으로도 구분이 된다. 둥글레는 산에서 매우 흔하게 보이는 산야초이다. 또한 동의보감에는 '황정'이라고도 불리우며, 옛부터 신선들이 즐겨 먹었다고 전해진다. 옛날에 도망을 친 여성노비가 산에 숨어살며 둥글레만 먹어 신선이 되었다는 전실이 있는 산야초이다.

 둥글레는 전분이 많고 독성이 없어 산에서 조난 당했을 때 구황식품으로 먹을 수도 있다. 그냥 생으로 먹을 수도 있고, 생맛에 거부감이 있으면 삶거나 쪄 먹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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