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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거의 6년 정도 작은 규모의 친환경 유기농 텃밭을 가꿔왔다. 애초에 대안학교에서의 교육적 목적을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어느덧 아이들도 1평 규모의 작은 텃밭을 가꾸고 나 역시 오밀조밀하게 텃밭을 가꾸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친환경 유기농 텃밭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쌓이기 시작했다.

 '친환경 유기농 텃밭'의 기준은 무엇일까? 농약을 치지 않으면 유기농 텃밭일까? 화학비료를 쓰지 않으면 친환경일까? 아니면 종자까지 직접 관리하여 유전자 조작이 전혀 가해지지 않은 토종종자를 확보해야 친환경 유기농일까?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나의 경우에는 일단 농약을 쓰지 않고, 비닐멀칭과 하우스 시설을 설치하지 않는다. 한편 화학비료는 농사를 처음 시작할 때 밑거름으로 한번 주며, 씨앗과 모종은 일반적인 종묘상에서 구입한다.

 

 

 사진에서 보듯이 친환경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어도 웬만한 작물은 상당히 우량하고 실하게 자란다. 초반에 밑거름 외에 별다른 퇴비를 쓰지 않고도 작물이 실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요령이 필요하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일조량과 두둑의 높이, 그리고 토질이다. 일단 밭작물은 몇몇 응달진 곳을 좋아하는 작물을 제외하고는 일조량이 높을수록 좋다. 나의 텃밭은 뒤에 산지가 있기 때문에 일조량이 높은 편이 아니다. 하루 중 9시간 정도 햇빛이 들어온다. 

 일조량이 다소 높지 않더라도 토질과 두둑의 높이가 높은 경우 텃밭작물이 매우 잘 자랄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한다. 일단 두둑은 적어도 40cm 이상은 되어야한다. 두둑이 낮을 경우 물빠짐이 좋지 않아 작물이 매우 부실하게 자란다. 또한 두둑이 높은 상태에서 토질의 경우 밭작물이 자라기 좋을 정도로 보슬보슬한 것이 좋다. 그래서 밭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밭에 마사토를 잔뜩 옮겨다 놓기도 하는 것이다. 보슬보슬한 토질이라야 작물이 쉽게 뿌리내리고 줄기와 열매에 에너지를 집중한다. 

 

 위 사진에서처럼 치커리와 아욱이 매우 실하게 성장하였다. 본론으로 들어가 친환경 유기농 텃밭의 장점이라면 뭐랄까... 일단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심지어 비닐멀칭조차 하지 않는다. 호박망도 따로 살 것 없이 지주대로 'A형 텐트' 구조를 만들어 주워다놓은 나무가지를 얹어놓으면 알아서 호박이 잘 기어 올라간다. 그리고 밭의 틀도 주변의 돌로 사용하였다. 시설에 드는 돈은 지주대(하나에 500원 안팎) 뭉텅이와 고추끈이 전부이다. 그리고 초반에 종묘상에서 모종과 씨앗을 사고, 비료를 적당히 사두는 것이 전부이다. 한 50평 정도를 짓는다고 볼 때 1년 농사에 5만원도 들지 않는다. 

 또 한가지 나의 경우 태평농법까지는 아니지만 잡초를 완전히 뽑지 않고 적당히 깔아두는 농법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좋은 점은 잡초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너그러워진다는 것과 다양한 잡초, 산야초의 더부살이와 공생관계를 탐구하며 생태학습이 된다는 것이다. 비닐멀칭을 하지 않는 노지재배에서는 당연히 잡초가 어마어마하게 자란다. 하지만 이 잡초를 다 뽑아낼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잡초를 아예 뽑지 않으면 당연히 작물이 잡초와의 경쟁에서 패배하여 거의 다 죽어버린다. 그런고로 각 작물의 특성에 맞게 '적당히' 뽑아주고 잘라주는 것이다.

 잡초를 다 뽑지 않고 적당히 잘라주면 좋은점은 잡초가 수분을 머금어 어느정도 천연 비닐멀칭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잡초를 너무 방치하면 텃밭이 너무 습해져서 작물이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 항상 '적당히'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는 친환경 텃밭을 짓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경험이다. 

 텃밭에는 씀바귀, 망초, 오행초(쇠비름) 등등 많은 잡초들이 자라지만 이 잡초들은 한편으로는 훌륭한 식재료이기도 하다. 씀바귀는 훌륭한 쌈채류가 되고, 망초는 된장국에 넣어 먹을 수 있다. 또한 쇠비름이나 질경이는 효소 및 나물로 만들 수 있는데 기실 산야초에 대한 지식만 갖추고 있어도 쉐프의 손길에 의해 잡초가 작물로 변신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잡초를 적당히 뽑고 살려두는 농법은 잡초와 작물의 더부살이 과정에서 잡초(산야초)도 식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잡초와 작물이 공생하는 친환경 유기농 텃밭은 훌륭한 생태교육의 현장이기도하다. 필자는 앞에서 이야기했듯 대안학교 학생들의 교육적 목적을 위해 텃밭을 가꿔왔다. 밭작물만 덩그러니 있는 밭도 물론 규칙성있고 아름답지만 보다 다양한 생물들의 하모니를 볼 수 있는 텃밭이 교육적으로는 더 좋다. 밭에 다양한 식물과 동물들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과 생태에 대한 관점을 확장할 수 있는 것이다.

 

 친환경 유기농 텃밭의 단점은 생산성이 낮다는 것이다. 기실 비닐멀칭 등 시설도 없고, 화학비료나 농약을 뿌리지 않아 온갓 병충해와 자연재해에 노출된 친환경 유기농 텃밭은 기존의 상업적 농사보다 생산상이 높을 수 없다. 몇몇 유기농업의 고수분들이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기존의 상업농사보다 더 실하고 많은 작물을 생산한다는 소문들은 정말 대단한 농사고수들의 이야기일뿐 그 정도의 전문적 식견이 없는 일반인들이 취미삼아 유기농법으로 텃밭재배 하는 것에서는 절대 높은 생산성을 기대할 수 없다. 물론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먹고, 차고 남을 만큼 충분한 양의 재배는 되니 걱정말길 바란다.

 

 친환경 유기농법의 또 다른 단점 혹은 주의사항은 바로 병충해와 자연재해이다. 어떤 사람들은 잡초들과 공생하며 자란 작물들은 굉장히 튼튼하고 실하며, 병충해로부터 강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이견이 갈릴 수 있는 주장이다. 안전한 하우스 안에서 병충해를 말살시키는 농약을 뿌리면 당장 질병과 자연재해로부터 상당히 생존확률이 높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방식이 농작물의 내성을 약화시키고 농장환경을 척박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친환경 유기농법 예찬론자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질병에 안전함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친환경 유기농 환경에서 '생존해낸' 작물들은 기존의 상업적 농업에 의해 길러진 질소덩어리 작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튼튼하고 실하게 자라난다. 

 

 

 위 사진처럼 언듯보면 잡초밭 같지만 이곳에서 산마늘과 곰취가 재배되고 있다.

 친환경 유기농법은 무엇보다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자 앞의 모든 장단점을 포괄하고도 남는 친환경 유기농을 고집하는 이유일 것이다. 우리의 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먹거리에 있어 건강하고 안전한 음식을 제공한다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을까? 

 자연과 더불어하며,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받을 수 있는 친환경 유기농 텃밭을 필자는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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